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소리 채집과 사운드 다이어리 만들기

by 하이오니 한나 2025. 7. 29.

우리는 하루 종일 수많은 소리 속에 둘러싸여 살아가지만, 정작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은 많지 않습니다. 자연, 거리의 소리를 기록하는 법에 대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소리 채집과 사운드 다이어리 만들기
소리 채집과 사운드 다이어리 만들기

소리의 눈을 뜨다 – 일상 속에서 소리를 인식하는 연습

아침 알람 소리, 지하철 안내 방송, 카페 안의 잔잔한 음악, 그리고 창밖에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나 빗소리까지—이 모든 소리는 우리 삶의 배경이자 일기의 일부가 될 수 있는 자산입니다. 사운드 다이어리를 시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소리에 민감해지기’입니다. 이는 단순히 귀를 열어두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가장 좋은 연습 방법은 산책을 할 때 이어폰을 빼고 걸어보는 것입니다. 조용한 공원길이나 동네 골목, 시장의 분주한 거리 등을 걸으며 어떤 소리들이 있는지 하나하나 인식해보세요. 자동차 소리나 사람의 말소리처럼 당연한 것부터,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 자전거 바퀴가 바닥을 미끄러지는 소리처럼 섬세한 것까지 듣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만의 ‘소리 감각’이 열립니다.

소리를 글처럼 ‘기록’하는 습관도 도움이 됩니다. ‘오늘 들은 가장 인상 깊은 소리는 무엇이었는가?’, ‘그 소리를 들었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는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단순한 청취를 넘어 감정과 기억이 연결된 소리의 풍경이 그려집니다. 이렇게 일상 속의 소리를 의식하고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 풍부한 감각으로 세계를 대하게 됩니다.

소리 채집 도구와 방법 – 스마트폰으로 시작하는 필드 레코딩

사운드 다이어리를 만들기 위해 꼭 전문 장비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어도 우리는 꽤 괜찮은 수준의 소리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요즘 스마트폰에는 기본 녹음 기능 외에도 고음질로 녹음할 수 있는 앱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므로, 이를 활용하면 일상적인 소리부터 특이한 환경음까지 손쉽게 수집할 수 있습니다.

녹음의 기본은 ‘소음 관리’입니다. 특정 소리를 선명하게 담고 싶다면, 마이크에 바람이 닿지 않도록 주의하고, 손으로 마이크 부분을 감싸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야외에서는 스마트폰용 윈드스크린(바람막이)을 활용하거나, 조용한 공간에 마이크를 놓고 일정 거리에서 녹음하면 잡음이 적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외에 관심이 더 생긴다면 포터블 레코더(Zoom H1n, Tascam DR-05 등)로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좋습니다.

녹음할 때는 가능한 한 환경을 ‘있는 그대로’ 담는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공원에서 새소리를 채집하고 싶을 때, 굳이 새가 우는 순간만 기다리기보다는 전체 소리를 녹음해 놓고 그 안에서 의미 있는 부분을 나중에 편집하는 방식이 자연스럽습니다. 이 과정은 마치 사진 찍듯이 ‘순간을 잡아두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억을 남기는 기록’이 되기도 합니다.

녹음한 파일은 폴더별로 정리하고, 녹음 시간과 장소, 소리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함께 메모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예: “2025.07.28_동네 산책길_초저녁 매미와 자동차 소리”와 같이 기록하면, 나중에 다시 꺼내 들을 때 훨씬 생생하게 그 순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사운드 다이어리 만들기 – 하루의 기억을 소리로 남기는 방법

사운드 다이어리는 말 그대로 ‘소리로 쓰는 일기’입니다. 매일 글을 쓰듯, 하루를 돌아보며 인상 깊었던 소리를 하나씩 기록해보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글과 소리를 함께 남기는 방식일 수도 있고, 오직 소리로만 구성된 오디오 다이어리 형식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날의 감각’을 소리로 보존한다는 점입니다.

가령 아침에 들었던 커피포트 끓는 소리, 오후 카페에서 흘러나오던 재즈 음악, 저녁 산책길에서 마주한 분수의 물소리 등을 각각 30초~1분 내외로 녹음한 뒤, 짧은 메모와 함께 정리해보세요. 이런 방식으로 일주일, 한 달이 지나면 나만의 소리 캘린더가 생깁니다. 시간이 흘러 다시 들어보면, 그 소리 하나하나가 그날의 기분과 공간을 떠올리게 해줄 것입니다.

디지털 툴을 활용하면 더 풍부한 표현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오디오 편집 프로그램(무료 프로그램으로는 Audacity, 모바일 앱으로는 Dolby On 등)을 사용해 하루의 소리를 이어 붙이거나, 배경음과 내레이션을 넣어 하나의 짧은 사운드 에세이처럼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개인 SNS에 업로드하거나, 비공개 폴더에 보관하며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사운드 다이어리는 말하자면 ‘귀로 쓰는 일기’입니다. 감정과 풍경을 눈이 아닌 귀로 기억하는 경험은, 종종 글보다 더 직접적이고 섬세하게 우리 마음을 자극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문득 이어폰을 꽂고 나만의 소리 일기를 재생해보는 순간—그것은 그날의 나에게 보내는 조용한 편지이자, 삶을 감각적으로 기록하는 또 하나의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