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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트테이프 듣기와 모으기

by 하이오니 한나 2025. 7. 28.

카세트테이프 듣기와 모으기
카세트테이프 듣기와 모으기

음악을 듣는 방식이 다르게 해 보자 아날로그 음악의 복고감성인 카세트 테이프로 듣고 모아보는 것에 대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돌아가는 릴 속의 감성, 카세트테이프를 듣는다는 것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면 원하는 노래를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고, 알고리즘은 나보다 더 정확하게 내 취향을 분석해 추천해준다. 편리함과 속도는 분명 이 시대의 미덕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속도에 지친 어느 날, 나는 문득 어릴 적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카세트테이프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잊고 있던 감각을 다시 만났다. '음악을 듣는 행위'가 다시 '의식'이 되던 바로 그 느낌을.

카세트테이프는 소리 그 자체보다 듣는 시간’이 중요한 매체다. 테이프를 플레이어에 넣고, 버튼을 꾹 누르면 ‘딸깍’ 하는 기계음과 함께 작은 모터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 윙윙거리는 소리조차 음악을 향한 긴장감으로 바뀐다. 그리고 첫 음이 흐를 때, 그 음악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이 된다. 이어지는 노래들을 건너뛰는 것은 쉽지 않기에,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끝까지 곡 순서를 따라 듣게 된다. 이 점이 오히려 아티스트가 구성한 ‘순서’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하게 해준다.

또한, 테이프를 감는 행위는 이 매체만의 특별한 의식이다. 듣다가 좋아하는 노래가 끝났을 때, 연필을 끼워 돌리며 다시 감아가는 그 단순한 행동은 묘하게 정적이고 사색적이다. 단순한 동작이지만 그 안에는 기다림이 있다. 음악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악이 있는 '시간'을 살아가는 느낌이랄까.

이런 점에서 카세트테이프는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음악 기기다. 빠르게 흘려 듣는 대신, 곡 하나하나에 머무르게 하고, 정지, 재생, 되감기라는 제한된 버튼 안에서 조심스레 음악을 다룬다. 디지털 음악이 주는 무한 선택지의 자유가 때로는 피로하다면, 카세트테이프의 제한된 환경은 오히려 깊은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음질. 많은 이들이 카세트는 ‘음질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약간의 잡음과 아날로그적인 노이즈, 테이프 늘어짐에 따른 음의 불안정성—all of these are real. 그러나 바로 그 ‘불완전함’이 주는 질감이야말로 이 매체의 진짜 매력이다. 정제되지 않은 감촉, 손끝으로 감는 시간, 그리고 음악 속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그 모든 과정이 아날로그 감성의 핵심이다

 

하나씩 쌓이는 나만의 아카이브, 카세트테이프 수집의 매력

CD도, 바이닐도 아닌 카세트테이프를 수집한다는 말은 어떤 사람에게는 의아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시대에 뒤처진 것 같고, 실용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카세트테이프 수집의 묘미이자 본질이다. 흔하지 않기에, 더 의미 있고, 찾기 어려우니까 더 소중하다. 내가 테이프를 수집하기 시작한 것도 그런 희소성과 감성의 조합 때문이었다.

우선, 테이프마다 담긴 디자인과 포장 방식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작은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삽입된 인쇄물은 시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80~90년대에는 직접 손으로 그린 일러스트나 특유의 복고 타이포그래피가 많았고, 2000년대 초반으로 넘어오면서는 좀 더 세련되고 컬러풀한 인쇄물이 눈에 띈다. 그 시절의 그래픽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테이프 하나하나가 작은 예술 작품처럼 느껴질 것이다.

또한, 해외 아티스트들은 최근 들어 한정판 카세트테이프를 다시 발매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레트로 트렌드를 넘어, 아티스트가 직접 커버 디자인과 패키지를 고민하며 팬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손에 쥐는 감각, 플레이어에 넣기 전의 설렘, 그리고 저장된 물리적 사운드—이 모든 것이 디지털 파일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다.

수집의 재미는 ‘채워나가는 기쁨’에 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전 앨범을 테이프로 모아보기도 하고, 우연히 발견한 무명의 인디밴드 테이프를 통해 새로운 음악 세계를 만날 수도 있다. 벼룩시장이나 중고매장에서 오랜 시간 뒤적여야 겨우 하나 건질 수 있는 경우도 많지만, 바로 그런 순간이 수집의 쾌감이기도 하다.

그리고, 수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유대감이 생긴다. 테이프 하나를 두고 나누는 대화, 추천, 교환. 인터넷 커뮤니티나 오프라인 마켓에서의 그런 만남은 단순한 정보 교환이 아닌, 취향과 감성의 공유다. 음악을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소장하고, 애정하고, 기록하는 것이 된다. 그렇게 모인 테이프들은 단지 수량이 아니라, 나만의 음악 세계를 시각화한 아카이브가 된다.

 

디지털 시대에 더 빛나는 아날로그, 복고 감성의 일상화

많은 사람들이 '복고 감성'을 유행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Y2K 스타일이나 빈티지 패션, 아날로그 카메라 등이 다시 사랑받고 있는 시대다. 하지만 복고가 단지 유행이라면, 이토록 오래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음악과 연결된 복고 감성은 더 깊고 오래 간다. 왜냐하면 그것은 ‘소리’라는 가장 본질적인 감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카세트테이프를 듣는다는 것은 단순한 음원 재생이 아니라 시간을 되감는 행위다. 우리는 그 소리 안에서 과거의 공기, 그때의 분위기, 어린 시절의 방 안 풍경까지 함께 떠올린다. 디지털 음악이 ‘언제든’ 가능하다면, 아날로그 음악은 ‘그때만’ 가능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더 귀하게 느껴지고, 그만큼 감정의 밀도도 짙어진다.

복고 감성은 취향을 뛰어넘어 하나의 생활 태도가 된다. 느리게 듣고, 신중하게 고르고, 오래 아끼는 것. 카세트테이프는 우리의 일상에 작은 리듬을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하루를 시작할 때, 좋아하는 테이프 하나를 골라 플레이어에 넣고 재생 버튼을 누른다. 이어폰이 아닌 스피커를 통해 공간 전체에 퍼지는 그 소리는 단순한 BGM이 아니라, 오늘 하루의 분위기를 정하는 음악적 ‘인사’가 된다.

또한, 요즘엔 다양한 DIY 플레이어와 수납함, 레트로풍 인테리어 소품들이 함께 출시되면서 카세트 감성이 더욱 풍부해지고 있다. 플레이어 위에 좋아하는 테이프 몇 개를 세워 두거나, 테이프 디자인을 활용한 아트워크로 방을 꾸미는 등, 이 감성은 단지 청각적인 영역을 넘어서 시각적, 공간적인 확장으로 이어진다.

복고를 즐긴다는 건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감성과 태도를 지금의 일상 속에 새롭게 녹여내는 일이다. 느리고 불완전해도 그 안에 따뜻함이 있고, 번거로워도 손끝의 감각이 살아 있는 삶. 그것이야말로 디지털 피로 시대에 우리가 카세트테이프를 다시 찾게 되는 진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