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트(Book Art)는 책이라는 매체를 창작의 도구로 삼아, 텍스트와 이미지, 형태를 자유롭게 구성해내는 예술 활동이다. 미니 북아트 입문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나만의 이야기, 손으로 엮다 – 미니 북아트의 첫걸음
그 중에서도 ‘미니 북아트’는 종이 한 장, 혹은 몇 장의 재료만으로 손바닥만한 크기의 책을 만들어내는 작업으로, 비교적 간단한 입문자용 북아트 형태로 인기가 많다. 시중의 책처럼 정형화된 틀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아이디어와 감성을 자유롭게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매력을 느낀다.
종이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은 북아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일반적인 공책이나 스케치북처럼 표지가 필요 없고, 특별한 제본 도구도 없어도 된다. 손으로 접고, 자르고, 풀로 붙이는 방식만으로도 충분히 책의 형태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손수 만들어낸 책 한 권은, 단순한 수공예품을 넘어 한 사람의 내면 세계와 감성을 담은 하나의 아트워크로 완성된다.
입문자로서 미니 북아트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완성도’보다도 ‘진심’이다. 처음부터 멋지고 세련된 책을 만들겠다는 부담은 버리는 것이 좋다. 오히려 낙서 같아 보이는 글귀, 삐뚤빼뚤한 손글씨, 종이 위에 얹은 색연필의 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독창적이고 사랑스러운 결과물이 된다. 특히 자신의 이야기나 소중한 기억을 테마로 삼으면, 그 책은 단순한 물리적 오브제를 넘어 감정의 기록장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번 봄에 느낀 감정들’이라는 주제로 작은 책을 만들어보자. 커다란 종이를 여러 번 접어 8면짜리 미니북을 만들고, 각 페이지에 봄날 산책길에서 본 꽃, 마신 커피, 친구와 나눈 대화 등을 간단한 드로잉이나 짧은 문장으로 적어 넣는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고, 평가받기 위한 것도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한 책. 그것이 미니 북아트의 진짜 매력이다.
오직 종이만으로 완성하는 책 – 도구 없이 펼치는 창작의 묘미
미니 북아트의 가장 특별한 점 중 하나는 바로 ‘도구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책을 만든다고 하면 제본용 실과 바늘, 특수한 재단 도구와 표지 마감재를 떠올리지만, 미니 북아트는 그 모든 장벽을 허문다. 오직 종이 한 장과 가위, 풀만 있다면 충분하다. 심지어 가위와 풀조차 생략 가능한 접기 방식도 많다. 이처럼 단순한 재료로도 창작의 깊이와 다양성은 무궁무진하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A4 또는 A3 종이 한 장으로 8페이지 또는 16페이지 책을 만드는 것이다. 종이를 일정한 방법으로 접고, 중앙에 칼집을 넣어 뒤집으면, 마치 마법처럼 책의 형태가 완성된다. 접히는 방향이나 순서를 바꾸기만 해도 페이지의 흐름과 감상이 달라진다. 접는 방식에 따라 드라마틱한 펼침 효과를 낼 수도 있고, 비밀 공간처럼 숨겨진 페이지를 만들 수도 있다.
이처럼 종이 접기 하나만으로 다양한 형태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은 북아트를 더욱 흥미롭고 창의적인 취미로 만들어준다. 실제로 많은 북아트 작가들이 단순한 접기 방법을 기반으로 한 ‘팝업북’, ‘아코디언북’, ‘지그재그북’ 등 다양한 형태의 미니북을 창조해내고 있다.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종이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종이가 말하는 대로 접고, 그 결에 따라 형체를 완성하는 그 순간이 주는 성취감은, 결코 디지털에서 느낄 수 없는 감성이다.
또한, 종이만을 재료로 사용한다는 것은 환경적으로도 긍정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무심코 버리는 포장지, 달력, 잡지, 심지어 영수증까지도 북아트의 재료가 될 수 있다. 버려질 뻔한 종이들이 창작의 도구로 재탄생하는 과정은, 단지 책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생활 속에서의 ‘재발견’을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미니 북아트는 물질적 소유를 줄이고 감성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아주 아름다운 수공예 작업이다.
아날로그 감성, 종이에 스며들다 – 감정의 기록으로서의 미니북
디지털로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 아날로그 방식의 기록은 그 자체로 의미가 깊다. 미니 북아트는 단지 책을 만든다는 기술적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마음을 들여다보고, 감정을 종이에 옮기는 행위이며, 삶을 느리게 되돌아보게 만드는 따뜻한 작업이다. 그래서인지 미니북을 만들며 우울함을 이겨냈다는 후기, 감정을 치유했다는 이야기도 많다.
실제로 종이에 손글씨를 쓰고, 작은 그림을 그리고, 접는 행위는 우리의 뇌에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 뇌과학적으로도 손을 사용하는 활동은 집중력을 높이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그 종이에 나만의 감정이나 기억을 담는다면, 그 자체로 일종의 자기 치료가 되는 것이다. 매일 한 페이지씩 자신의 감정을 적어 내려가고, 그림 한 컷씩 그려 넣다 보면 어느새 한 권의 작은 책이 된다. 이 책은 누군가의 평가나 피드백을 위한 것이 아니기에, 실수도, 틀림도 없다.
또한 미니북은 ‘기억의 저장소’로서도 큰 가치를 지닌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정, 친구에게 듣고 감동했던 말, 어떤 날 밤의 고요한 생각 같은 것들을 종이 위에 남겨두는 것. 디지털 메모장에는 남기기 애매했던 찰나의 감정들도 종이 위에서는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이것은 마치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듯, 나 자신에게 보내는 짧은 메시지와도 같다.
이런 감성적 기록을 꾸준히 쌓아가다 보면, 미니북은 곧 ‘나라는 사람’의 일부가 된다. 어떤 날은 기쁨으로 가득 찬 색감으로, 또 어떤 날은 고요하고 조용한 문장들로 채워진 책은, 시간이 지나 돌아볼 때 더없이 소중한 보물이 된다.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다시 꺼내보듯, 내가 만든 미니북을 꺼내보는 순간, 당시의 감정과 풍경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이처럼 미니 북아트는 창작의 즐거움뿐 아니라, 삶을 천천히 음미하는 새로운 방식이 되어준다.